새벽 3시의 '쿵' 소리, 우리는 쿠팡을 미국 기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오늘 새벽에도 어김없이 문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쿵."
제 반려견이 귀를 쫑긋 세우더군요.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20분. 어제저녁 급하게 주문한 생수와 그릭요거트가 도착한 소리였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박스를 집어 들며 생각했습니다. '이거 없었으면 진짜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데 문득, 며칠 전 점심시간에 회사 후배 녀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손에 든 박스의 무게가 새삼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정작 국적은 태평양 건너에 있다는 이 아이러니. 오늘은 우리가 매일 쓰는 '로켓' 뒤에 숨겨진, 조금은 복잡하고 흥미로운 쿠팡의 국적과 돈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왜 하필 '델라웨어'였을까? (feat. 차등의결권)
사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을 때, 저도 꽤나 놀랐습니다. "아니, 코스피가 아니고 왜?" 당시 여의도 증권가에 있던 지인은 쓴 커피를 들이키며 이렇게 말했었죠. "한국에서는 김범석 의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방법이 없거든."
핵심은 바로 '차등의결권'입니다.
쉽게 말해, 김범석 의장이 가진 주식 1주는 남들의 주식 29주와 맞먹는 힘을 가집니다. 한국 상법에는 없는 제도죠. 수조 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계획된 적자"라고 외치며 투자를 밀어붙이려면, 주주들의 간섭을 막아낼 강력한 방패가 필요했을 겁니다. 결국 쿠팡 Inc(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에, 사업을 하는 쿠팡(주)는 한국에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하게 된 거죠.
"미국 기업이 한국 땅에서 장사해서 돈 벌어간다"는 비판과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 같은 거대 자본을 한국 물류 인프라에 쏟아부었다"는 옹호.
이 두 가지 시선은 여전히 팽팽합니다.
2. 한국에서 번 돈, 정말 다 미국으로 갈까?
이 부분이 많은 분들이 오해하거나, 혹은 가장 궁금해하는 지점입니다. 팩트만 놓고 볼까요?
- Bad News: 쿠팡 Inc(미국 본사)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으니, 배당을 하면 수익은 미국으로 갑니다.
- Good News(?): 쿠팡은 아직 배당 잔치를 벌일 만큼 여유롭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흑자 전환했으니까요.)
제가 보기에 더 중요한 건 '고용'입니다. 쿠팡은 삼성전자, 현대차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물류센터 알바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그 거대한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땀으로 돌아가는지.
미국 자본으로 지은 물류센터에서, 한국 사람들이 일하고, 한국 제조사의 물건이 팔립니다. 단순히 "돈이 유출된다"고만 보기엔, 한국 경제에 뿌리내린 깊이가 너무 깊어졌습니다.
3. 알리, 테무의 공습... 쿠팡은 '우리 편'일까?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도 며칠 전 알리에서 3천 원짜리 스마트폰 케이스를 샀는데, 5일 만에 오더라고요. 퀄리티요? 솔직히... 쓸만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중국 이커머스가 공습해오니 갑자기 쿠팡이 '토종 기업'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그래도 쿠팡은 한국에 세금 내고 고용이라도 하지!"라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죠.
📌 소비자로서 우리의 자세 (Playbook)
우리는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주주가 아닙니다. 현명한 소비자일 뿐이죠.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실리를 챙겨야 합니다.
- 와우 멤버십 해지 타이밍: 쿠팡플레이나 쿠팡이츠 배달을 안 쓴다면, 월 7,890원은 비쌉니다. 과감히 갈아타세요. (네이버 멤버십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주식 투자 관점: 만약 CPNG 주주라면, '한국 매출'보다 '대만 진출' 성과를 보세요. 한국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쿠팡이 찐 미국 기업(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한국 밖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마치며: 하이브리드 기업의 시대
아침에 배송된 그릭요거트를 뜯으며 생각합니다. 쿠팡은 미국 기업일까요, 한국 기업일까요? 법적으로는 미국 기업이지만, 정서적, 물리적으로는 그 어떤 기업보다 한국적입니다.
국경이 희미해지는 시대, 중요한 건 '누가 내 삶을 더 편하게 만드는가' 그리고 '누가 우리 사회에 더 건강한 부가가치를 남기는가'가 아닐까요? 비록 본사가 델라웨어에 있더라도, 제 문 앞에 놓인 이 택배 상자의 온기만큼은 확실히 'Made in Korea'의 정서니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댓글로 의견을 들려주세요. 저처럼 CPNG 주식에 물려 계신 분들의 하소연도 환영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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